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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일기/임신육아일기

(2개월) 생후 75일... 모유수유 고민

이쯤돼서 육아일기를 써본다.
 
아기는 이제 태어난지 75일이 되었고, 10주를 넘어 11주를 향해 가고 있으며, 만 2개월 하고도 절반 정도가 지났다.
 
10주 중 2주는 조리원에서, 3주는 이모님과 함께 지냈으니, 내가 온전히 아기를 돌본지는 5주 정도 되었네...
 
아기를 혼자 본 초반에는 하루 24시간을 온종일 아기와 함께 보내다보니, 쉴 틈이 없기는 했지만, 비로소 내 아이를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출산한 때로 돌아간다면, 병원에서는 아기를 낳자마자 바로 모유수유를 시도하고, 조리원에서는 새벽에도 최대한 모유수유를 했을텐데...
 
그렇다. 모유수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정보성 포스팅은 전혀 아니고, 어디 얘기할 데도 없고, 그저 일기 겸 넋두리... ㅋㅋㅋㅋ
 
임신 중일 때 나는 출산하고서 당연히 모유수유(완모)를 할 줄 알았다. 완분은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다른 산모들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출산 후 바로 복직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가 좀 더 고생은 하겠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완모를 할 계획이었는데(그래서 육아용품도 분유수유와 관련된 것들은 구매를 보류하고 있었다),
 
해보니 이거, 쉽지 않다. ㅋㅋㅋㅋㅋ
 
아마도 완분을 하게되는 많은 경우는, 완모를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모유수유를 비롯해 신생아 돌보기에 대해 아무런 예습도 하지 않았던 나는, 모유수유도 조리원에서 배우면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조리원에서 배워서 하면 되긴 하는데, 나처럼 조리원 2주차때부터 설렁설렁 시도해보는 것이 아니라, 조리원에 입소한 순간부터 아주 열심히 적극적으로 모유수유를 연습했었어야 했다. (이왕이면 병원에서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회음부 통증 등 산모 회복도 해야하니 어려웠을 것 같긴 하다...)
 
조리원 2주차때부터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연습한 나는, 유축 양으로 봤을 때 모유양은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초반에는 자세를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도 조리원에는 모유수유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필요하면 몇번이고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유튜브를 보면서 영상으로나마 공부를 할 수도 있었다.
 
조리원 후반에는 자는 시간을 빼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자동실을 하면서 모유수유를 계속 시도했더니(새벽에는 유축), 조리원을 퇴소할 때에는 모유수유를 아주 잘 하고 있고, 앞으로 완모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기 몸무게도 매일매일 잘 늘어서 모유양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중간에, 수유 자세가 너무 안나와서 좌절하고 분유수유를 할 생각으로 당근에서 젖병세척기를 사기도 했었는데, 나름 열심히 노력해서 다시 완모에 대한 꿈을 안고 퇴소를 했더라는...
 
그러고서 집에 돌아와서 이모님과의 3주가 시작되었는데, 초반에는 하던대로 약 세시간에 한번씩 완모를 하고있었는데, 이모님이 계속, 아기가 배고파한다고 하시며, 분유를 주자고 하셨다.
 
나는 분유를 주기 시작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완모에 대한 욕심보다는, 안그래도 작게 태어난 우리 아이의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곧 그러자고 하고 분유보충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혼합수유를 하고 있다.
 
이모님 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모유수유에 대해 조금은 더 진심인 이모님이 오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혼합을 하더라도, 나는 매번 모유수유를 먼저 하고 뒤이어 분유보충을 하기를 원했는데, 이모님은 그냥 퐁당퐁당으로, 한 텀은 모유를 주고 다음 텀은 분유를 주는 식으로 하자고 하셨다.
 
이모님도 처음에는 분유수유를 위주로 하시다가, 나중에는 내가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이 있어보였는지, 초반보다는 좀 더 자주 젖을 물리게 하시긴 했던 것 같다 ㅎㅎ
 
혼합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서는, 완모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도 나고 그랬다 ㅋㅋㅋㅋㅋ
 
남편도 아기의 성장이 걱정됐는지, 편하게 분유를 주자고 했었는데, 어느날 밤에 내가 훌쩍거리니까, 우리 아기는 모유도 먹고 분유도 먹어서 슈퍼 베이비가 될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 ㅋㅋㅋ
 
혼합을 하다보면 어린 아기에게 유두혼동이 올 수 있다고도 하던데, 다행히 우리 아기는 모유도, 분유도 다 곧잘 먹었다.
 
나중에는, 아기와의 외출이 잦아지면서, 외출해서는 분유를 주고, 집에서는 모유를 줄 수 있어서, 혼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모유수유에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분유를 줬던 탓일까, 모유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사실, 혼합에서 완모로 가기 위해서는, 아기가 배고파할 때마다 최대한 모유수유를 많이 하고, 분유보충양은 점차 줄여나가야 되는 것 같은데, 나는 한편으로 아기의 성장이 걱정돼서, 매번 아기가 먹고싶어 하는 만큼 양껏 분유보충을 해줬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하루에 한번 분유보충을 하던 것이 이제는 거의 반반, 아니 분유수유 비중이 모유수유 비중을 넘어서게 된 것 같다.
 
혼합에서 완분으로 갈 거라면, 잘 하고 있는 것이었을테다...
 
이렇게 완모와는 점점... 멀어져가는구나 ㅠㅠ
 
생각해보면, 요새는 모유수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없다던데, 나는 왜이리도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나만 그런게 아니라, 분유 수유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지 모유수유에 대한 미련이 어느정도 있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애착...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우리 아기는 오히려 모유수유를 할때는 앞(젖)만 보고, 분유수유를 할 때는 나랑 눈을 많이 마주친다 ㅎㅎ), 아무래도 모유가 가장 좋다고 하니까, 모유를 먹는 아기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이건, 정말...!!), 등등...
 
그리고 나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뭔가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걸 못해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싫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뭐 그럴(완모를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사실 ㅎㅎㅎ
 
특히나, 혼합을 하는 와중에 최근 들어서 더 우울해진 이유는, 그래도 밤잠을 자고 오랜 텀이 지나서 하는 새벽 첫 수유때는 꾸준히 모유량이 많았었는데, 요새는 그마저도 줄어든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ㅠㅠ
 
완모면 완모, 완분이면 완분이지, 혼합이 최악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혼합이라도 계속 할 수 있으면 끝까지 하고픈 마음이었는데, 그나마 자신있게(?) 해왔던 첫 수유조차도 이제 점점 더 어려워진다면, 결국 완분으로 넘어가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은 마음을 내려놔서... 이제는 모유가 나올 때까지는 열심히 줘보자, 하는 정도의 마음이다. 자연 단유(이유)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완분보다는 혼합이 낫지 않을까, 모유 비중이 줄어들더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봐야 그나마 미련이 덜 남지 않을까, 하며...
 
이제와서, 내가 출산 소식을 전했을 때, 왜 많은 사람들이 분유를 먹여도 괜찮다는 말을 굳이 해줬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분유를 먹어야 아기가 더 잘 큰다는 얘기를 한 사람도 있었지만, 아마도 모유수유가 그만큼 쉽지않다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혼합에서 완모"를 검색하면서, 모유수유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든 최대한 비우려고 하면서도, 아기에게 가능한 한 모유수유를 하려고 하고, 아기가 배고파할까봐 분유보충을 많이 해주기도 하고, 틈틈이 유축도 하고 젖병도 열탕소독하면서, 도대체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현타가 오기도 한다.
 
동시에, 이런 나의 일관성 없는 엉망진창 육아가 아기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더해지니, 자꾸 스트레스가 쌓인다. ㅠㅠ
 
그래도, 덜 우울해하고, 하루하루 더 행복하게 육아하자는 마음을 매번 다져보면서...
 
현재로서는 모유가 나올때까지는 혼합을 유지할 생각인데, 계속 이렇게 하면서 시간이 더 지나다보면, 나도 언젠가 곧, 이 정도 했으면 나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후련하게, 몸도 마음도 편안한 육아를 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건, 모유를 먹는 아기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한 것은 아주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며...
 
이상 완모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찬, 오늘의 포스팅(넋두리...)이었다 ㅎㅎ
 
... 이렇게라도 여기에 내 고민을 털어놓으니, 속상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도 같다 :)
 
"아가야, 작게 태어나서 더 힘들었을텐데, 모유도, 분유도 늘 열심히 잘 먹어줘서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