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오랜만에 쓰는 임신일기이다.
19주 분만병원에서의 검진(초음파 확인) 후 남편이 있는 곳으로 들어와서 지내고 있다. 현재는 22주.
23주에 다시 한국에 들어가고, 24주 초에 드디어(?) 정밀초음파와 임신성 당뇨 검사가 예약돼있다.
다들 임당 통과를 무슨 시험 통과처럼 긴장도 많이하고 그러던데, 임당이 그렇게 위험한 건가요...? 아직은 별 생각없는 초보 임산부이다 ㅎㅎ
임당 검사 대비 특별히 뭘 준비하고 있지는 않지만(그럴 것도 없는 것 같던데... 아닐수도...), 요즘엔 아침에 샐러드를 좀더 챙겨먹는 편이다.
그건 그렇고.
지난 포스팅에서도 썼듯이, 임신 9주차때 갑자기 입덧이 없어지면서 불안해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 한동안은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면서 아기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다운증후군 선별검사 등등도 잘 받고 그렇게 한주 한주를 보냈다.
그러다 21주쯤부터는 나도 슬슬 태동이란 걸 기다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빠른 사람들은 18주 이전부터도 느낀다고 하는 것 같던데, 보통은 18주~20주 정도에 첫 태동을 느낀다고 한다.
당연히 케바케일 것이므로 20주 정도까지는 천천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21주가 되는 순간부터 왜 태동이 없지, 이제 슬슬 할때 됐는데???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ㅎㄷㄷ
주변에 물어보니 21주 정도부터 태동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다가 곧 폭풍태동을 느꼈다는 사례도 있어서, 그래, 21주에 나도 뭔가가 느껴질지도 몰라, 하고 조금 더 기다렸다.
그러면서 인터넷 카페에서 '21주 태동 없음' 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ㅋㅋㅋ
역시 다양한 케이스의 댓글들이 많이 달려있었는데, 임신기간 내내 태동 자체를 별로 못느꼈다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다.
23주 뭐 이렇게? 18주~20주가 아닌 그 이후에 첫 태동을 느낀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았다.
보통은 경산모(둘째, 셋째 등...)가 태동을 좀더 빨리 느낀다고도 하고, 피하지방이 얇은 산모들이 태동을 더 빨리 느낀다는 얘기도 있었다. (나는 피하지방이 얇은 산모는 아닐 것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조금 안심하기도 했다 ㅋㅋㅋㅋ)
시험관 배아이식 후에도 별로 안하던 증상놀이를 21주에 첫 태동을 기다리면서 이렇게나 하게 될 줄이야...
그러면서 가만히 똑바로 누워서 아랫배에 양손을 올리고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온 신경을 집중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정말 미약하게 꿀렁~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 것 같았는데, 정말 아기의 움직임을 느낀건지, 내가 그렇게 생각한건지, 아니면 단순히 장의 활동이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봤을 때 첫 태동의 느낌은 다양하게 표현이 됐다.
뱃속에서 작게 방귀를 뀌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솜주먹으로 잽을 날리는 느낌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작은 뱀같은 것이 굴러다니는 것 같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이게 태동이구나! 한다고 했다. 어떤 느낌이든지 간에 태동임을 모를 수가 없다고 했다.
뱃속에서 뭔가가 가끔씩 아주 미미하게 꿀렁~ 할때마다 나는 이게 태동인가? 했다.
태동인지 모를 수 없는 느낌? 전혀 아니었다. 항상 긴가민가했다 ㅠㅠ
21주 후반부터 가끔씩 찾아온, 태동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꿀렁~은 그렇게 얼마간 지속됐고, 장차 발차기같은 더 큰 움직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22주를 맞이했다.
이제부터는 정말 확실한 뭔가를 느끼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22주로 전환된 일요일, 그리고 그 다음날 월요일... 오히려 21주 후반에 조금이나마 느꼈던 그 꿀렁~마저도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점점 더 태동 없음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ㅠㅠ
병원도 예전만큼 자주 가지 않으니 아기가 잘 있는지 궁금했다. 한국에 있지 않아서 더 걱정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태동이야 뭐 좀 늦을 수도 있지, 아기야 잘 있겠지, 하고 태연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임신생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테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근처에 의사선생님 진료 없이 빠르게 초음파만 보는것도 가능하다는 병원이 있어 당장 가보기로 했다 ㅋㅋㅋㅋㅋ
마음 속으로는 역시 아기는 잘 있을텐데... 하면서도, 그래도 초음파로 잘 크고 있는지 보고 오면 안심이 되겠다 싶었고, 간 김에 태동이 아직까지 느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올 생각이었다.
화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ㅋㅋㅋ 영어를 쓰는 나라는 아니지만 병원에서는 어느정도 영어가 잘 통했다.
나는 22주 산모인데 초음파 보고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태동 없는 것 외에) 별다른 증상은 없다고 했다.
초음파실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역시나 아기는 주수대로 잘 크고 있었다. 심장도 잘 뛰고, 언젠가부터 손가락을 빨고있는 듯한 모습도 종종 보여주는 것 같다 ㅎㅎ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얘기를 들은 후 나는 왜 태동이 느껴지지 않는지 초음파사에게 물어보니 (이 나라 기준인지 초음파사 개인적인 생각인지는 몰라도) 30주는 넘어야 애가 발로 차고 하는 것도 잘 느껴질 거라고 했다.
30주나 돼야한다고???
개인적으로는 30주에 첫 태동을 느끼는 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일단 초음파를 확인하니 안심이 되었고, 그래, 태동은 곧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이렇게 돈으로 평화를 사고 ㅋㅋ 태동에 대한 집착은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ㅎㅎ
그러고나서 22주 후반이 된 지금.
좀더 자주, 그리고 좀더 세게 꿀렁~ 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아직도 확실히는 와, 드디어 태동이 시작됐구나! 하는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주변에 이 느낌을 설명하면 그게 태동이 맞다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한 열흘쯤 뒤면 한국에 가서 정밀초음파를 볼 예정이다.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래 아기를 구석구석 살펴볼 생각에 신난다(?). 곧 또 병원에서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게 될테니 태동 생각은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마음을 조금더 편안하게 가졌더니, 그리고 시간이 좀더 지나다보니 왠지 그 꿀렁~이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고?
몰라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