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관련 포스팅은 9주때 갑자기 입덧이 없어졌을때 이후로 또 오랜만에 쓰는 것 같다.
벌써 17주가 되면서 난임병원을 졸업하게 되어 기념으로 포스팅을 남겨본다. (내가 중간에 검진을 며칠 미뤄서 그런데 보통은 16주에 졸업하는 듯?)
사실 9주차때 입덧이 없어진 뒤로 다시 몇주간 속이 좀 안좋기도 했었고(임신중기 들어서는 남들 얘기처럼 신기하게도 정신차려보니 어느샌가 입덧을 아예 안하고 있었다!), 어느날은 매운국밥 먹고나서 배가 쥐어짜듯이 아파서 괜한 걱정을 한 날도 있었는데(그전에는 느껴본적 없었던 화장실 배였다... ㅎㄷㄷ), 사람마음이 참 간사한게(?) 다들 각별히 조심하라고 하는 임신초기가 끝나가니 더이상 매일같이 인터넷을 찾아보지도, 이런저런 걱정을 하지도 않게되었다... ㅎㅎ
그동안 작은 증상이라도 있으면 까먹지말고 기록해둬야지, 했었는데 귀찮아져서 좀 미루다보니 어느새 17주차가 되었네 ㅎㄷㄷ
기억을 되살려 그간의 몇가지 이벤트들을 기록해본다.
임신확인 후 매주 갔던 병원은 9주가 지나면서 처음으로 2주에 한번씩 가게되었다.
< 1차 기형아검사(다운증후군 선별검사, NIPT, 니프티 검사) >
11주차에는 드디어 1차 기형아검사(다운증후군 선별검사)를 했다.
초음파로 선생님이 아기 목 투명대 두께?를 재 주셨고, 수치상 특별히 두껍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만 35세 이상 고령산모이기에 NIPT (니프티) 검사하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하셨는데, 나는 왠지 당연히 니프티를 할 생각이었어서 고민없이 니프티 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보통은 기형아검사할 때 피를 두번에 걸쳐서 뽑고 그 수치변화를 확인하는 것 같았는데(그래서 1차, 2차라고 하는건지?), 니프티 검사를 하게될 경우에는 피를 한번만 뽑아도 되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제노맘아이?에 검사를 의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게 플러스가 있고 플러스가 아닌 게(스탠다드?) 있는 것 같던데, 병원에서 한 건 제노맘아이 플러스였음... (가격은 70만원이었다)
아, 그리고 중요한 거!
올해부터는 성별 알려주는게 불법이 아니라며? 니프티 검사가 유전자 검사이다보니 검사 결과지에 성별도 같이 나온다고 하셨다. 2주 뒤에 결과지를 받게되면 13주차에 정확한 성별도 알 수 있게되는 것이다! (각도법 이런 거 안물어봐도 됨 ㅋㅋㅋ) 대박 +_+
2주동안 니프티 결과를 기다리며 종종 관련 유튜브도 찾아보고 맘카페도 검색해보고 하면서 혹시나 뭐 하나라도 고위험군이 뜨진 않을까 걱정도 되기는 했었는데, 그래도 이제는 기다리는 것에도 조금 익숙해진건지(?) 무뎌진건지... 임신 초기때처럼 불안하고 걱정되지는 않았다. 괜히 앞서 걱정부터 하지말고 결과 나오면 그때 가서보자, 하고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코엑스에 베이비페어도 갔다오고, 괜히 육아용품 검색하다가 트립트랩 인기색상(화이트워시? ㅋㅋㅋ)은 몇달 기다려야된대서 트립트랩도 미리 사고 ㅋㅋㅋㅋ 그렇게 2주가 지나갔다.
13주차 드디어 니프티 결과를 확인하는 날.
니프티 검사 결과가 중요한 건데 사실 나의 관심은 온통 성별에 있었다... ㅋㅋㅋㅋ
니프티 결과는 다행히도 모든 항목에서 저위험군(low risk)으로 나왔고, 딸이었다 :) 시아버지를 제외한 모두가 원했던 딸 ㅋㅋㅋㅋㅋ 특히 남편이 너무 좋아했다 ㅋㅋ
니프티 검사 결과지에 "Fetal Sex : Female" 이렇게 빼박으로 찍혀있었다 ㅋㅋㅋ 병원 가기전에 어느 항목을 봐야하고 +,-가 딸인건지 아들인건지 확인하고 갔었는데, 그럴 필요없이 누구나 쉽게 알아볼수 있도록 아주 명확하게 적혀있었음 ㅋㅋㅋ
그리고 이날 초음파도 봤는데, 선생님이 양수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셨다.
다음 검진은 다시 2주 뒤.
< 2차 기형아검사(신경관결손 검사) & 양수부족 이슈 >
니프티 결과가 잘 나와서 또 한시름 놨다.
16주차에는 신경관결손 검사를 위해 다시 피를 뽑았다. (원래 15주차에 병원예약이 잡혀있었는데 사정상 며칠 뒤에 가서 조금 늦어졌다)
다행히도 여태까지 큰 이슈 없이 임신기간을 잘 지내온 것 같아서 이번 검사때는 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동안 엽산도 웬만큼 잘 챙겨먹었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날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시면서 한번더 양수부족 얘기를 하셨다. 물 많이 마신 거 맞냐고, 양수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ㅠㅠ
내가 보기에도 아기가 양수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아니라 자궁에 꽉 끼어있는 듯 보였다... 불쌍한 내자식 ㅠㅠ 선생님이 이번에는 조금더 힘을주어 하루에 물 2리터씩 매일 꼬박꼬박 마시라고 구체적으로 숙제를 주셨다...
2리터나요? ㅠㅠ
그와중에 물 말고 포카리스웨트로 마셔도 되냐고 물어봄 ㅋㅋㅋㅋ 이온음료도 괜찮다고 하셨다. 다행이었다 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물 많이 마시라는 얘기 듣고나서 나름 평소보다는 조금더 신경써서 물을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부족했나보다... 그도 그럴것이 내가 평소에 워낙 물을 안마시긴 한다... 밥먹을때 조금 마시는 게 다였다. 나름 신경써서 더 마신게 밥먹을때 물을 "조금더" 마신 것임 ㅋㅋㅋㅋㅋ 당연히 택도 없었다... ㅜㅜㅋㅋㅋㅋㅋ
니프티 결과 잘나왔다고 정신이 너무 해이해졌나보다. 물 많이 마시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반성합니다 ㅜㅜ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면서, 가는 길에 포카리 620ml 한통 다 비우고 1.5l 한페트 사서 집에 들어갔다. 진짜 매일매일 포카리 1.5l ~ 2l씩 마셨다 ㅋㅋㅋ 당 이런 건... 일단 생각하지 말고 양수 늘리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간에 포카리가 좀 지겨워져서 물로 바꿔보기도 했는데 물은 더 안넘어갔다 ㅜㅜ 다시 포카리를 열심히 마셨다 ㅋㅋㅋ
일주일 뒤에 다시 병원가니까 최소한 그때까지는 매일매일 할당량을 열심히 채우자 다짐했다. 이대로 난임병원을 졸업할 수 없어!
17주차 검진날이다.
신경관 결손 검사 결과도 low risk로 잘 나왔고, 초음파상 양수도 일주일만에 그래도 조금 는 것 같다고 하셨다. 중간에 하루정도 포카리에서 물로 바꿨을때 할당량을 못채우기도 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ㅜㅜ 앞으로도 물(포카리) 많이 마시라고 하셨음 ㅎㅎ 암요... 시험관도 했는데 포카리 마시는 것쯤이야 일도아니죠!! (오늘도 포카리지옥이다... ㅋㅋ)
2차 기형아검사 결과를 확인한 오늘은 난임병원을 졸업하는 날이기도 하다.
선생님께서 진료의뢰서를 써 주셨고(나는 분만병원을 고은빛여성병원으로 정했다), 아기용 손톱깎이, 크림? 등이 들어있는 졸업선물도 받았다.
나도 난임병원 졸업생이 되다니... ㅎㅎ
지난 1월에 처음 호르몬검사 하러 왔을때부터 4월에 남편이랑 같이 병원 방문한 것, 5월에 난자 채취한 것, 7월에 배아 이식한 것, 임신 확인하고 기뻤던 것도 잠시, 참 더웠던 8월에 입덧한 것 등등 그동안의 여러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ㅎㅎ
이제 천호동 갈일도 별로 없겠네... 이제부턴 길동이닷 ㅋㅋㅋ
선생님이랑 직원분들이 동결배아 남은것 있으니 둘째 임신하러 다시 오라고 하셨다 ㅋㅋㅋ 따수운 병원이다 ㅋㅋㅋㅋ 모두가 참 친절하신 분들이었다 ㅎㅎ
제가 I는 아닌데... 아무래도 병원이다보니 낯가리고 그래서 그동안 표현은 잘 못했지만,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나도, 앞으로도 계속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