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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경제 이야기/경제기사 잡담

트위터 인수금융은 최악의 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X") 인수 2년... (The Journal. WSJ 월스트리트저널 팟캐스트 리뷰)

지난주 WSJ의 팟캐스트인 The Journal.에 트위터 인수금융과 관련된 이야기가 올라와 흥미롭게 들었다.
 
한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 하네마네 엄청 시끄러웠었는데, 그게 벌써 2년 전이라니...
 
에피소드의 정확한 제목은 <Lending Elon Musk Money Was A Very Bad Bet>이다.
 
제목을 보고 바로 궁금했던 것은 i) 트위터 인수 당시 차주(borrower)가 테슬라나 스페이스X 등 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들 중 하나가 아니라 일론 머스크 개인이었나? ii) 'a very bad bet'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뭘까? (인수금융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나지는 않았을 것 같고, 셀다운이나 리파이낸싱이 잘 안되고 있나?)
 
팟캐스트 내용을 살펴보자. (pdf 파일로도 업로드한다)
 
https://www.wsj.com/podcasts/the-journal/lending-elon-musk-money-was-a-very-bad-bet/fd3d77fc-cb46-476b-900f-567d72a3e577?mod=Searchresults_pos2&page=1

Lending Elon Musk Money Was A Very Bad Bet - The Journal. - WSJ Podcasts
1.18MB

 
몇가지 내용을 나열해보면 아래와 같다.
 
- '22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U$44 billion을 지불해야 했음. 이중 U$13 billion은 차입함
 * 440억불 중 130억불 차입이면 LTV 29.5% 수준으로 높지 않아보임. 단순히 보면 어느정도 후순위가 깔려있는 거니 debt 자체가 그렇게 risky 해보이지는 않음(물론 트위터가 상황이 안좋아지면 다른 얘기가 되지만...)
 
- 트위터 인수금융에 참여한 금융기관은 7개(Morgan Stanley, Bank of America, Barclays 포함). 이들에게는 이 딜이 세계 최고의 부자를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음(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들에 금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 이들은 트위터가 항상 수익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자율을 높게 책정함. 트위터가 일년에 내는 이자만 십억불이 넘음
 
- 그런데 이들이 이 대출을 이렇게까지 오래 보유하게 될 줄은 몰랐음. 원래 계획은 이자수익을 기대하는 Fidelity, Vanguard같은 투자자들에게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거였음
 
- 업계에 유명한 말이 있는데, "banks are in the moving business, not the storage business." 금융기관들이 트위터 대출을 얼른 팔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생각지 못하게 이 대출이 (a short-term risk가 아니라) a long-term risk가 되었음
 * 우리나라같은 경우에는 "은행"들은 인수금융 대출을 만기까지 가져가는 편이고("the storage business"), "증권회사"들이 다른 금융기관들에 셀다운하거나 (채권으로 발행한 경우) 채권 매각을 해서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음("the moving business"). 미국 금융기관들 (및 국내 증권회사들)의 경우 채권 매매에 따른 수수료 수취가 주 목적임
 
- 트위터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직후 재무가 급격히 안좋아졌고(일론 머스크가 회사가 거의 파산 직전이라고 말할 정도...), 130억불을 차입하자마자 Audi, GM, Pfizer와 같은 광고주들이 많이 떠났음(일론 머스크 ("attitudes") 때문)
 
-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딜을 클로징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애초에 금융기관들이 셀다운(신디케이션)을 할 수는 없었고, 이후 (시장)이자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트위터 인수금융 채권 가격이 떨어져서) 채권 매각도 못한 상태임. 일론 머스크 체제 하에서 회사 재무가 안정되기를 기다렸다가 팔려고 했으나 현재까지 못팖(트위터 상황은 계속 안좋음)
 
- X(트위터)의 기업가치는 약 2년전 일론 머스크가 인수했을 당시의 반도 안됨(작년말 기준 U$19 billion 정도)
 * 당초에 LTV 29.5%로 여유 있는 편이라고 봤는데, 이제 기업가치가 거의 차입금(U$13 billion) 수준까지 쪼그라들어서 매우 위험한 상태인 듯
 
- 금융기관들은 원금을 모두 상환받지 못할 수 있다 생각해서 해당 대출을 (balance sheet 상) 각각 몇억불씩 감액(write down)한 상태임
 
- 금융기관들이 일론 머스크(X)에게 차입금 일부상환 조건으로 이자율을 낮춰주는 것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 일론 머스크의 다른 회사들이 최근 몇년간 대규모 채권 발행을 하거나 차입을 일으키지 않아서 금융기관들이 트위터 딜을 통해 일론 머스크와 쌓은 거래관계가 특별히 다른 수익성 있는 딜로 이어지지도 않았음
 
- 금융기관들은 이 딜(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의 리스크 평가에 실패하였음
 
팟캐스트 내용을 본 후 상기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이렇다.
 
i) 트위터 인수 당시 차주(borrower)가 일론 머스크 개인이었나?
 -> 트위터가 차주인 듯. 정확한 건 딜 구조를 살펴봐야겠지만, 아마도 (일론 머스크가) SPC를 세워서 이 SPC가 인수금융을 일으키고 딜 클로징 이후에 곧바로 트위터와 합병하지 않았을까 싶음(우리나라에서는 배임 이슈 등이 있어서 SPC와 M&A 대상회사(target)가 바로바로 합병하지는 않는 편임)
 * 차주나 스폰서를 테슬라나 스페이스X로 내세웠으면 딜이 좀 더 안전했을텐데 그건 일론 머스크가 거절했을 듯... 나 일론 머스크야... 트위터 보고 대출 해줄건지 말건지 정해... 아, 물론 내 보증도 없어... (??) (자금보충약정도 안했겠지...?)
 
ii) 'a very bad bet'으로 평가받는 이유
 -> 일론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데...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하니까 광고주들도 떠나고 회사가 나락가면서 대규모 인수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들이 채권 매각도 못하고 여태 손실을 떠안고 있음(Barclays 직원들도 많이 나갔다고...)
 
인수금융 특성 상 스폰서(이 딜의 경우 일론 머스크)가 보증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인수 당시 LTV가 낮기도 했고...), 그래도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니까 이 정도 차입금 쯤은 좋은 마음으로 갚아줄지도 모를 일이려나?
 
보통은 인수금융 계약서 쓸 때 약정사항(covenant)같은 조항에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금지시킨다든지 하는데, 더더욱이나 일론 머스크같은 문제적(?) 인물이 스폰서인 경우에 스폰서의 의무 등을 상세하게 기재해뒀을 것도 같은데 어쨌을지 모르겠다. 스폰서의 의무사항을 명시해뒀다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의 인수금융 계약 위반을 입증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일 거고, 아직까지 실속은 없었지만 세계 최고 부자 고객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금융기관들이 법대로 할지도 의문임...
 
인수금융이 리스크가 높아서 이자율도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는 것도 맞는데, 또 구조적으로 은근히 후순위로 상당부분 깔려있기도 해서(보통 LTV 50% 내외) 선순위 대출에서 손실 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M&A 역사상 (내가 모든 딜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인수금융 채권단이 주식담보를 실행한 사례도 많지 않고... 물론 M&A 이후 산업 자체가 망가지면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거나 답도 없이 좀비가 되어버린 기업들도 종종 있기는 하다...
 
근데 트위터 딜처럼 오너 리스크로 이렇게 빨리 나락간 기업이 또 있었을까? (돈도 많은데 ㅎㄷㄷ)
 
스폰서가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면 무조건 안전한 딜일까? 세기의 이혼중인 SK 최태원 회장은?
 
시장에서 아무리 핫한 딜이라도 인수금융은 보통 규모가 크기 때문에 망하면 진짜 한번에 훅 갈 수 있어서 심사에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산업, 기업 분석은 물론이고, 오너(스폰서)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