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정위의 쿠팡 과징금 부과사실이 알려지면서(무려 1,400억원 ㅎㄷㄷ) 인터넷이 떠들썩한 것 같다.
현재로서는 여론이 (내가 드나드는 커뮤니티 기준...) 열심히 잘하고 있는 기업 왜 기업하기 어렵게 만드냐?...보다는, 쿠팡 너무한거 아니냐, 보도자료(로켓배송 불가, 투자중단)는 뭐냐, 협박하는 거냐?...하는 반응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공정위 발표내용이 궁금해서 아래에 가져와봤다. (공정위 보도자료 문서뷰어와 pdf 파일 : 내용은 같다)
뭐가 문제라는 걸까?
핵심내용은 제목에 다 들어가있다.
쿠팡의 검색순위("쿠팡랭킹") 조작 등을 통한 소비자 기만행위 엄중 제재
-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와 무관하게 자기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고,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
- 과징금(1천4백억, 잠정) 부과, 법인(쿠팡, 씨피엘비) 고발
과징금은 '19.2월~'23.7월(위반기간)의 위반행위 대상상품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하며, 추후 '23.8월~심의일(?)의 과징금이 추가될 것이라고 한다. 쿠팡의 행정소송 결과등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공정위에서 낸 보도자료이기 때문에 쿠팡의 입장은 알 수 없고, 양쪽의 주장을 다 들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44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도자료 내용만 봤을 때 나의 첫 반응은, 와, 쿠팡 간 크다...였다. ㅎㄷㄷ
공정위가 근거로 드는 자료 상당수가 쿠팡으로부터 직접 제공받은 것으로 보이는데(현장조사 등), 쿠팡 임직원들도 자기네들의 행위가 위법인 걸 알면서 지속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작년에 드디어 흑자전환하면서, 아마존을 그대로 따라한 전략이 먹혔네, 대단하다, 했던 기억인데, 이것도 다 자기상품(쿠팡 직매입상품 및 쿠팡(주) 100% 자회사 씨피엘비(주)가 납품하는 PB상품) 검색순위(쿠팡랭킹)를 상위 조작해서 얻은 성과였던 걸까...? ㅎㄷㄷㄷㄷ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검색순위(쿠팡랭킹)를 조작했다고 한다.
1)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자기상품을 상위에 고정 노출
2) 임직원 바인(vine : 체험단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기 유리하게 함(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구매후기 작성 및 별점부여)
쿠팡의 이러한 행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쿠팡이 자기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상품(중개상품)을 거래중개(거래수수료 수취) 또한 하고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쿠팡에 다양한 업체들을 입점시킴으로써 이커머스 업계 내 선두 지위를 공고히하고, 거래수수료 수취 등 비즈니스 모델 확대 차원에서 오픈마켓 사업(거래중개)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다.
'22년 거래액 기준 자기상품 : 중개상품 비중이 7:3이라고 하는데, '23년 상품수 기준으로는 자기상품(직매입 및 PB)이 약 600만개, 중개상품이 4~5억개 정도 된다고 한다.
내 사이트에서 내 상품 위주로 상위 노출시키는게 뭐가 문제냐? 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쿠팡은 일반 슈퍼마켓처럼 자기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단순히 상품 "진열"의 문제는 아니게 된다.
쿠팡 직매입 상품이나 PB상품을 별도로 프로모션할 수 있음에도(이것도 당연히 하고있다. 이걸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남몰래 검색순위를 조작했다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소비자도 오픈마켓 입점업체들도 모르게 순위를 조작해서 특정상품(자기상품)을 상위에 노출시켜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권을 침해한 것(=공정위가 싫어하는 것). (밝히고 조작(조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안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오프라인 매장과는 다르게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상품수가 너무나도 많아서(위에서 언급했듯이 쿠팡 중개상품만 4~5억개라고...) 소비자가 전부 다 둘러볼 수도 없고, 검색순위 상위에 노출되는 상품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판매량이나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우수한" 상품으로 여겨 구매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검색순위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자기상품 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라는 이해상충되는 두가지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쿠팡이 (검색순위 조작 등을 통해) 자기이익(자기상품 판매)만을 추구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효용을 감소시켜서는 안된다.
중개상품 거래액 비중이 10 중에 3이라면(물론 이것도 그렇다면 순위조작의 영향이었겠지만...) 차라리 과감하게 오픈마켓 사업(거래중개)을 접고 자기네들 마음대로 쿠팡랭킹을 매기든지(이때는 상품 진열의 개념이 될 수 있겠다), 오픈마켓을 유지하려면 자기상품, 중개상품 모두 같은 기준에서 공정하게 쿠팡랭킹을 매기든지(현재의 알고리즘을 수정) 해야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정위의 조치내용에 대해 쿠팡 측에서는 현재까지 두 차례 짧은 보도자료를 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https://news.coupang.com/archives/43567/
https://news.coupang.com/archives/43850/
위 첫번째 보도자료가 좀 이슈가 되고있는 것 같은데, 공정위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할 경우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며, 3조원 물류투자 등이 중단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공정위가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았다고도 주장하며...
쿠팡은 앞으로 행정소송을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공정위 발표내용을 보면, 공정위에서 문제삼는 게 단순히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했다는 것이 아니라 검색순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쿠팡 보도자료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 건가?)
차라리 임의로 검색순위를 조작한 것은 아니고, 배송편의성(로켓배송)을 갖춘 자기상품이 검색순위 산정에 있어 유리하게끔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는데, 이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미흡했다든지 시정하겠다든지(물론 지금 잘못을 인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겠으나...), 좀더 공정위의 지적내용에 맞는 답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행간을 잘 읽었을 때, 자기네들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수익을 내지못하면 로켓배송이고 투자고 뭐고 없다 뭐... 그런 뜻인가?)
더이상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느니 몇조원 투자들 다 중단될 수도 있다느니 그런 얘기는 왜 굳이 언급한 걸까? 이런 쿠팡의 보도자료를 본 소비자들은, ??? 협박하는건가???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쿠팡의 두번째 보도자료는 덜 중요한 것 같으니 패스하고...
공정위에서도 아래와 같이 추가로 보도설명자료를 냈는데, 역시 '쿠팡 검색순위 조작' 제재로 '로켓배송'이 축소(소비자 불편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더파워뉴스 기사 등)은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치는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라는 위계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로켓배송이나 일반적인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우리집은 쿠팡을 잘 안쓰기는 하지만(그래도 쿠팡플레이때문에 멤버십 가입은 되어있다 ㅋㅋ), 주변에서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사냐고 할 정도로 쿠팡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인 만큼,
인정할건 인정하고, 잘못된 부분은 고쳐나가고, 그동안 이미 잘 구축해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좋은경험을 제공하는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안그러면 소비자들도 로켓배송 필요없다고, 하루이틀 더 기다려도 상관없으니 정직한 곳이랑 거래하겠다고 할지도... (이것도 협박?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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