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사 포스팅은 오랜만에 올리는 것 같다. ㅎㅎ
아래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한 (추가) 주가조작 정황 관련 한국일보의 단독보도가 눈에 띄어 가져와봤다.
도이치모터스와 산은의 수상한 거래... 또 다른 주가조작 정황 | 한국일보 (hankookilbo.com)
그동안은 서로 짜고(통정매매) 주가가 낮을때 주식을 사서 높을때(고의로 높임) 파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이번에는 (역시 서로 짜고) 분리형 BW의 신주인수권을 사서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낮아지고(고의로 낮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낮아진 다음('리픽싱', refixing), 이후 주가가 오르면(고의로 높임) 주식을 인수, 팔아서 이득을 취한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위의 한국일보 단독보도 이후로 별다른 후속기사가 나오고 있지는 않은데, 일단 기사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도이치모터스와 관련하여 2010~2012년의 (전통적인 방식의) 주가조작만 수사 중인데, 2011~2017년 BW를 활용한 주가조작 또한 살펴봐야 한다고 하고 있다.
기존에도 해당 BW의 발행과 이후 신주인수권 거래와 관련한 내용이 기사로 다뤄지기도 했었는데(어차피 dart에 다 공시되어 있기도 하고...), 전에는 단순히 신주인수권 거래를 통해 얼마의 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에 국한됐다면, 위 기사는 이에 더하여 행사가액 조정 절차(리픽싱)를 활용해 주식을 싸게(많이) 취득한후 이를 몇년에 걸쳐 되팔아 시세차익을 본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2011년으로 돌아가서, '11.12월에 산업은행이 도이치모터스 BW 250억원을 인수한다. 지금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분취득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분리형(사채와 별도로 신주인수권만 따로 매매할 수 있음) BW 발행이 금지되어 있지만, 당시만 해도 분리형 BW 발행이 가능할 때였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일반 사채를 인수하는 것보다 BW를 인수하면 향후 발행회사(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상승했을 때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추가적인 매매차익(capital gain)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BW를 인수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책금융기관이 BMW 딜러인 도이치모터스라는 회사에 국가중요산업도 아니고 뭐하러 대출을 해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담당자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한 것일 수도 있다. 대출절차상 문제만 없었다면야...)
산업은행이 BW를 인수할 당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5,560원이다. 행사가격은 규정('증발공')에 따라 평균주가 수준으로 정해진다. 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5,560원보다 높아지면, 산업은행이 신주인수권을 행사, 5,560원에 도이치모터스 신주를 인수하여 그 주식을 5,560원보다 높은 시세에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당시 계산한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신주인수권의 가치)은 1,126원.
신주인수권은 권리, 옵션이다. 옵션의 가치는 어떻게 산정되는가? 블랙-숄즈 모형이다. 대학때 배울때도 잘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겠는 바로 그 모형 ㅋㅋㅋ 블랙-숄즈 모형이 완벽하지는 않아도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어 옵션의 가격결정 모형으로 가장 널리(거의 유일하게) 쓰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BW 발행당시 도이치모터스의 dart 공시내용을 살펴보자. (아래 pdf 파일도 첨부한다)
공시내용 가장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보면, '신주인수권 가치산정 관련 사항' 부분에 '블랙-숄즈의 옵션가격 결정모형'에 따라 이론가격을 산정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바로 아래에 '신주인수권증권 매각 관련 사항' 부분에, BW 발행일 바로 당일인 '11.12.20.자로 도이치모터스의 최대주주인 권오수에게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을 단가 278원에, 총 7억5천만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도 되어있다. 7억5천만원을 278원으로 나누면(혹은 150억원을 행사가격인 5,560원으로 나누면), 권오수가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하여 신규취득할 수 있는 도이치모터스의 주식은 총 2,697,842주.
바로 위에 신주인수권의 가치가 1,126원이라고 해놓고(물론 '이론'가격이라고는 하지만...), 바로 밑에 이를 25% 수준인 278원에, 헐값에(?) 판다고 공시한 것이다.
내가 채권일은 안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공시도 다 했고... 옵션을 이론가격('적정가'가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다)보다 싸게 팔아도 규정상 문제가 없으니까 이렇게 했겠지? 그것도 회사의 최대주주에게 말이다... 지배력을 강화하시오, 하고... (물론 이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례적으로(?) 최대주주가 보유 신주인수권을 타인에게 넘겼지만...) 그래서 나중에 결국 분리형 BW는 발행이 금지되게 되었겠지만...
기사에 따르면, 신주인수권의 이론가격과 실제 매도가격이 다를 경우 그 설명을 공시해야 하나, 산업은행은 해당 공시의무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왜? 이 신주인수권증권 매각거래가 설명이 어렵다면(보통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하여... 뭐 이런 식으로 설명하려나?), 혹시 산업은행이 공시 면제인 점을 이용한 건지...?)
권오수(그리고 이후에 이승근)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이후로 누구누구에게 이를 다시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누가 이 신주인수권을 인수/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한 다음에 이를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얻었는지는 기사에 자세히 나와있다.
기사에 따르면(dart 공시자료로도 확인이 되지만), 최종적으로 코스톤아시아와 동양인베스트먼트가 공동 GP인(운용하는) 타이코사모펀드('타이코2013사모투자전문회사')가 도이치모터스 신주를 취득, 이를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부당하게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 본다면, 1차적으로는 타이코사모펀드에 출자한 LP들부터 살펴보면 될 것이다. (PEF의 LP 구성은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는 아니다)
신주인수권이라는 것이 아무나 사고팔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그리고 심지어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매수하고서 본인이 이를 행사하여 지분율을 높이거나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이를 매각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행태로 보이지는 않다보니(?) 이러한 일련의 거래들로 인하여 최종적으로 수익을 얻은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산업은행이 '11.12월 BW를 인수하면서 인수당일 권오수에게 신주인수권 일부를 매각하기로 한 것 외에, 이후 '17.7월에 타이코사모펀드가 주식 매도차익을 얻기까지 장장 5년이 넘는 기간동안 권오수가 이를 또 누군가에게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누가 LP인지도 모르는 사모펀드가 이를 매수하여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것까지는 당연히 알 수 없었을텐데, 당초 이론가격이 1,126원인 신주인수권을 권오수에게 278원에(그리고 이후 '13.2월에 이승근에게는 176.9원에) 매각한 것은 특혜라고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다.
BW를 인수하자마자 신주인수권 일부는 얼마에든 간에 바로 매각할 수만 있다면 매각하여 조금이라도 당장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내가 십여년전 당시 분리형 BW 발행 및 신주인수권 거래 관행을 전혀 몰라서 신주인수권을 이론가격보다 싸게 파는 것이 얼마나 용인되는 분위기였는지는 모르겠다.
당시 행사가격이 5,560원이었는데, 이보다 주가가 더 많이 오를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 신주인수권을 계속 보유하는 것에 실익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 주가가 떨어져 행사가격 리픽싱이 일어나고 다시 주가가 오르게 될 줄 몰랐다면 말이다... (그러면 왜 애초에 일반사채나 대출이 아니라 BW같은 메자닌을 선택한 것인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이 이슈가 어떻게 진행될지(수사상의 어떤 변화 등...) 계속 살펴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