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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로그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과 에코비트 M&A (ft. 스테이플 파이낸싱) (+ 태영건설 주식 거래정지, 거래재개, 상장폐지, 출자전환) (2/2)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하여 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올려본다. 아무도 관심없을 스테이플드 파이낸싱 이야기! ㅋㅋㅋ

 

* 지난 포스팅은 아래에...

 

 

[투자로그]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과 에코비트 M&A (ft. 스테이플 파이낸싱) (+ 태영건설 주식

0. 태영건설 주식 산 썰... 오랜만에 (공모주 아닌) 투자로그를 써본다. 그동안 M&A, 기업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하면서 내가 맡은 딜과 관련된 기업은 당연히 주식거래를 하지 못했고, 나와 전혀

joyfulinvest.tistory.com

 

0. 태영건설 주식 산 썰...

1.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 : 4/30 기업개선계획(워크아웃 플랜) 확정

2. 에코비트 매각 관련 산업은행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Stapled Financing) 제공

 

M&A를 하면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다보니 인수자 측에서는 100% 자기자금으로 인수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인수금융", 즉 대출을 일으키게 된다. 대출규모는 보통 (주식딜의 경우) 주식인수가액의 50% (LTV 50%) 정도?

 

인수금융은 인수자 측에서 평소 거래하던 금융기관에 대출(주선)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사실상 내가 아는 케이스는 거의 없기는 하다...) 매도자 측(금융기관)에서 인수자를 위해 인수금융을 제공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매도자금융,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이다.

 

예전에 내가 배웠을때 기억하기로는 매도자 측에서 대상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보통 투자설명서(IM : Information Memorandum) 배포 시에) 인수자를 위해 준비한 인수금융 주요조건을 첨부하여 스테이플러("호치키스" ㅋㅋ)로 찍어서 함께 제공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아파트 분양을 받아보지 못해서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분양자로서 아파트 잔금대출 받을때 내가 평소에 이용하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 시행사(?)쪽에서 주선해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면 일종의 매도자금융이라고 볼 수 있으려나?

 

여하튼 지난번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 확인차 이런저런 기사를 살펴보다가 태영건설 기업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건과 관련하여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한) 산업은행에서 에코비트 인수자를 위해 1.5조원 규모의 스테이플 파이낸싱을 제공한다는 기사가 눈에띄어 가져와봤다.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코비트 매각, '1.5조 스테이플 파이낸싱' 카드 노림수는

국내 최고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이 정보서비스의 새 지평을 엽니다.

www.thebell.co.kr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을 제공한다는 기사에 왜 눈길이 갔냐고 하면, 나의 얕디얇은 경험 상 실제로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이 활용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상회사 A 인수전에 돈많고 잘나가는 회사 B와 B보다는 덜 잘나가고 M&A 예산도 빠듯한 C가 참여했다고 하자. B와 C 중에서 B가 입찰가도 높게 써내고 자금조달능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A의 인수자(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었을때 돈많고 잘나가는 회사 B에게 (B의 주거래 금융기관도 있을 것이고) 인수금융을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금융회사들이 줄을 설 것이다. 굳이 매각측에서 제공하는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을 쓰지 않아도 된다. B가 직접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것이 스테이플드 파이낸싱보다 조건이 더 좋을 수도 있다.

 

C의 입장에서는 매각측에서 인수금융도 지원해준다고 하면 땡큐일 수 있다. 여기저기 금융기관들 발품팔면서 대출을 알아보러 다닐 필요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B에 비해 C는 인수자(우협)가 될 가능성이 낮다. 인수자가 되지 못하면 인수금융은 필요없다.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을 제공하는 매각측의 입장에서도 살펴보면, 잠재인수자들에게 배포되는 투자설명서(IM)에 대출제공금액, 금리 등 인수금융 주요조건을 어느정도 담기 위해서는(확정은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구체적이기는 해야 할 것이다) 인수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상회사의 현금창출력(차입금 상환가능성)만을 바탕으로 미리 내부승인(credit committee 등)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할텐데, 이렇게 고생해서(?) 승인을 받아두더라도 최종 인수자(B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을 쓰지않으면 소용이 없어진다. (매도측 금융기관은 대출 실행여부와 상관없이 스테이플드 파이낸싱 제안(승인)에 대한 대가로 고객(매도측)으로부터 일정규모의 수수료(seller's fee?)를 받기는 한다)

 

그리고 사실 최종 인수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나중에 맘바껴서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를 위한 대출을 미리 승인 받아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일일 것이다. 에코비트 건의 경우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어느정도까지 승인절차를 거쳤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정식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IM을 수령해갈 잠재인수자들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이중 누구에게 대출을 해주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겠다(?) 정도의 스크리닝 또한 거쳐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폰서 결격사유를 명시하는 등 조건부로 금융조건을 제시했을 수도 있고...)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을 듯한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을 힘들여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하 뇌피셜 주의...)

 

1) 어쨌든 누군가 진짜 쓸 수도 있다 : 위의 돈많고 잘나가는 인수자 B는 매도자금융 없이도 알아서 인수금융 조달을 잘 하겠지만, 예를 들어 해외 유명 PE인데 한국에 처음 투자하는 경우라든지 인수자가 기존에 거래하던 금융기관이 딱히 없는 경우 매도자금융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에코비트 건을 보니 해외 PE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 매도자금융 제공이 기존에 한국에서 투자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았던 곳들까지도 적극적으로 딜을 검토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2) 매각가와 거래종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 기사에서 얘기하고 있는 내용인데, 보통 인수금융 대출한도가 인수가액의 50% 정도 된다고 했을 때, 에코비트 건의 경우 매도자금융 대출제공금액(최대한도)을 1.5조로 제시했다는 건 매각측에서 인수/매각가액 3조원을 기준으로 했다는 뜻이 된다.

 

즉, 매도자금융 제공금액을 제시함으로써 매각 희망가를 알려주는 셈이 되며, 잠재인수자들 입장에서는 아, 이 정도는 돼야 팔겠구나, 하고 인수의지가 강한 곳이라면 이를 고려하여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높게) 가격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매각측이 원하는 가격대로 다 맞춰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 경우 인수자가 최종적으로 매도자금융을 쓰지 않았더라도 매도자금융은 그 자체로 딜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돈많고 잘나가는 인수자 B처럼 인수금융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매도자금융이 제공된다는 것은 인수측 입장에서는 보험처럼 옵션을 하나 더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

 

B가 매도자금융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기관과 대출을 진행중이었다고 하더라도 혹여나 거래종결(대출실행) 전에 대출금액이 줄어들거나 해당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실행할 수 없게 되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생각보다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다 ㅎㄷㄷ) 이런 경우 B는 매도자금융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M&A 거래를 종결할 수 있게 된다.

 

3) 매도측 금융기관의 인수금융 마케팅 효과 (이건 뭐 좀 뇌피셜이긴 한데...) : 보통 인수금융같은 경우에는 규모가 커서 하나의 금융기관이 전액을 대출해주기보다 신디케이션을 구성해서 여러개의 금융기관이 금액을 모아서 대출을 해주게된다. (신디케이티드론, Syndicated Loan)

 

인기 있는 딜인 경우에야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인수금융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대출확약서를 가지고 줄을 서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해진 기간내에(보통은 매우 빠듯하다 ㅋㅋ) 문제없이 큰 규모의 금액을 모으려다보면 많은 금융기관들을 폭넓게 초대하게 된다. 에코비트같은 경우에 대출규모가 1.5조원이라고 하면 한 기관에서 1천억원씩 들어온다 해도 15개 기관이다. (기관당 천억 승인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 매도자금융을 제공한 매도측 금융기관을 초대하면, 여기는 이미 어느정도 승인절차가 진행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일정금액을 안정적으로 깔고 갈 수 있게 된다. 매도자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의 경우 최종적으로 인수자로부터 대출의뢰를 받지 못했더라도 인수측 금융기관이 대규모의 신디케이티드론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매도측 금융기관을 참여시켜주면 어쨌든 매도측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대출실행을 안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즉, 상기와 같은 이유들로, 쓸지도 안쓸지도 모르는 대출 승인 받아놔봐야 뭐하냐?가 아니라 매도자금융을 제공하는 걸 고려해보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에코비트 건의 경우 기사 상으로는 매도자 중 하나인 KKR이 산업은행에 매도자금융 제공을 요청했다는 것 같다)

 

사실 매도자금융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아직 없어서 구체적인 프로세스(산업은행에서 매도자금융 제공을 위해 내부적으로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했는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아주 많은데 ㅎㅎ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알아보기로 하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자구계획의 핵심 중에 하나인 에코비트 매각 건이 앞으로 어떻게 잘 마무리가 될지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과 함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다. ... 물린주식 매도는 언제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