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태영건설 주식 산 썰...
오랜만에 (공모주 아닌) 투자로그를 써본다.
그동안 M&A, 기업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하면서 내가 맡은 딜과 관련된 기업은 당연히 주식거래를 하지 못했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라 하더라도 M&A나 구조조정 관련 이슈를 바탕으로 주식거래를 하지는 않았었다.
이유는, 퍼블릭 딜(공개매각)이 아닌 경우 나와 상관없는 회사의 M&A 등 내부정보를 아는 건 불가능하며, 혹 그런 정보를 어쩌다 알게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예상하는 방향대로 주가가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딜의 경우에도 딜이 성사되기 전 조금씩 내부정보가 새어나와 주가가 움직이기도 하는데, 정보 보안이 잘됐든 안됐든 간에 A 기업이 B 기업을 인수한다고 발표가 나면, 좋은 계열에 인수되는 대상회사 B의 주가가 오르기도, 인수가격이 높다고 판단되어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며 인수회사 A의 주가가 떨어지기도 하는 등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내리는데, 중요한 건 해당 M&A가 A와 B에 호재인지 악재인지와 같은 판단이 은근히 내 생각과 시장의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방향은 맞추더라도 주가가 움직이는 그 "타이밍"을 잡기란 정말 어려운 듯하다. 어차피 이벤트에 기반해서 주식거래를 한다는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해서 중장기적으로 가치투자를 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른 치고빠져야 하는데, 주가가 내가 생각하는 시점에 맞게 딱딱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1/3에 관련 포스팅을 하기도 했지만, 작년 연말에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신청 이야기가 나오자 3,000원 수준이었던 태영건설의 주가가 1,90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워크아웃 절차가 정식으로 개시되기 전까지 오너가와 금융당국의 말한마디에 따라 하루가 멀다하고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간의 경험상 태영건설 정도 되는 주요기업이 구조조정 절차를 신청한다고 하면, 나중에 중단이 되든(ex. 한진해운...) 어찌됐든 간에 일단 절차 개시 자체는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혹여 워크아웃이 개시가 안될까봐 주가가 빠지는 건 내가 판단하기에는 과도한 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식으로 실사도 안해보고(실사는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 진행된다) 워크아웃 하지마, 회생을 하든 파산을 하든 알아서 해, 하는 건 말도 안된다는 생각? 물론 당시 금융당국에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는 안된다(왜 남의 뼈를 깎으려고 하냐 ㅎㄷㄷ) 이런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만큼 책임감있게 절차에 따르라는 얘기지, 채권단 입장에서 웬만해서는 기업의 워크아웃 신청을 거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또 혹시혹시 사람 일이란 게, 파국적인 결말(?)을 맞을 가능성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조금 지켜보다가, 1/10 워크아웃 개시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채권자협의회 결의를 앞두고, 마침 주가가 3,000원 초반대로 빠지길래 이때다싶어 경험삼아 태영건설 주식 20주를 매수했다. 1/10에 결의를 한다고 하면 보통 오후에 장끝나고나서 결과가 집계되기 때문에 결의 결과는 다음날 주가에 반영될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는 가결되었고, 1/11 주가는 4,000원 초반대까지 상승했다!
이때만해도 내 생각대로 주가가 움직이니 뿌듯했고(?), 하루 보유하고 이정도면 괜찮은 수익이었다.
당연히 당장 팔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날 오전에 난임병원에서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곧바로 시험관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었다. ㅋㅋ 지금은 괜찮지만, 당시에는 너무나도 슬퍼서 주식이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매도 타이밍을 놓친 나는 얼마 되지도 않는 태영건설 주식을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 ㅋㅋㅋㅋ 현재로서는 자본잠식 등으로 3/13부로 거래정지가 된 상태이다. 주가는 2,310원. ㅋㅋㅋㅋㅋ
어차피 1/11~12 이때 바로팔지 못했다면 다음 이벤트, 즉 워크아웃 플랜(기업개선계획) 가결 및 이후 출자전환, 경영정상화 등에 따른 거래재개를 기다려야 했다.
1.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상황 : 4/30 기업개선계획(워크아웃 플랜) 확정
보통 워크아웃 실사는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리고 3월에 확정되는 '23년도 재무제표까지 반영하고 하면 4월쯤에는 기업개선계획 결의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전국적으로 PF 사업장이 많이 있어서 사업장별로 사업성 평가하고 하면 보통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막 6개월씩 걸릴 일은 아니라는 생각?
그래서 찾아보니 마침 4월말로 기업개선계획이 채권단 결의를 거쳐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있어 아래에 가져와봤다.
1월에 워크아웃을 개시한다는 건, 향후 실사 및 자구계획 논의 등을 통해 워크아웃 플랜을 짜보자는 얘기이고, 이제 기업개선계획이 가결되었다는 건, 상호 합의하에 확정된 계획대로 앞으로 기업개선(기업구조조정) 활동을 수행해나가겠다는, 기사 제목처럼 워크아웃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뜻이다.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워크아웃 본격 진행 개시 (economist.co.kr)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워크아웃 본격 진행 개시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이 채권단의 승인을 받았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이뤄질 예정이다.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태영건
economist.co.kr
기사에 따르면, 기업개선계획에 대주주 지분 무상감자(경영책임, 고통분담), 대여금 출자전환(재무구조 개선)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데, 워크아웃 플랜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에서 좀더 자세하게 나오는 것 같다.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채권단 75% 이상 동의 | 연합뉴스 (yna.co.kr)
태영건설 기업개선계획 가결…채권단 75% 이상 동의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절차를 진행 중인 태영건설[009410]의 채권단이 대주주 100대 1 감자와 1조...
www.yna.co.kr
참고로 채권단 중에서는 우리은행(의결권 1.1%)이 일부 안건에 부동의를 했다는 것 같고, 5월에 조정위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단 출자전환 등 메인 안건(?)은 아니고, (태영건설 채권 3년 상환유예와 마찬가지로) 대주주 연대채무 3년 청구유예에 관한 내용인 듯해서 당장에 태영건설 자체의 경영정상화에 큰 차질을 빚는 내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채권의 경우에는 무담보채권 50%는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3년간 상환유예 및 금리인하(연 3% 적용)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대주주 및 채권단 출자전환까지 완료되면 태영건설 유통주식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태영건설 주식거래가 재개된 직후 이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주가에 당장 악영향을 끼치겠으나, 해당 주식은 아마도 몇년간 처분을 못하게 되어있을 것이고, 특히 채권단 물량같은 경우에는 보통 공동매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거래재개 후 곧바로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ㅎㅎ)
기업개선계획이 확정된 만큼 이에 따른 출자전환은 바로 실행이 되기는 할텐데, 향후 거래정지 사유해소에 따른 주식거래 재개 등 추이를 잘 살펴봐야겠다. (태영건설 경영정상화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생각은 아니어서... ㅋㅋ)
태영건설 워크아웃 기사를 찾아보다가 아래와 같이 (기업개선작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건과 관련하여 산업은행이 스테이플 파이낸싱(내가 배울땐 "스테이플드" 파이낸싱이라고 더 많이 얘기했던 것 같다 ㅎㅎ)을 제공한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있어 가져와봤는데, 포스팅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아래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서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ㅎㅎ
2. 에코비트 매각 관련 산업은행 스테이플 파이낸싱(Staple/Stapled Financing) 제공
더벨 - 국내 최고 자본시장(Capital Markets) 미디어 (thebell.co.kr)
[태영건설 워크아웃]에코비트 매각, '1.5조 스테이플 파이낸싱' 카드 노림수는
국내 최고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이 정보서비스의 새 지평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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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에 포스팅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지난 글은 아래에...
[경제기사 잡담] 태영 워크아웃과 자구계획(feat.더벨,머니투데이) (tistory.com)
[경제기사 잡담] 태영 워크아웃과 자구계획(feat.더벨,머니투데이)
경영경제분야에서 2023년의 마지막주를 가장 뜨겁게 달군 소식은 아무래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기업의 워크아웃, 회생 등 구조조정 절차 신
joyfulinves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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